"홍동백서, 조율이시... 이제 그만!" 성균관이 직접 알려준 '진짜' 차례상 차리는 법
"홍동백서, 조율이시... 이제 그만!" 성균관이 직접 알려준 '진짜' 차례상 차리는 법
민족 대명절 추석. 오랜만에 온 가족이 모이는 기쁨도 잠시, 산더미 같은 전과 나물, 과일을 준비하며 시작되는 '명절 스트레스'는 우리를 지치게 만듭니다. 특히 "홍동백서(紅東白西), 조율이시(棗栗梨柿)..." 와 같이 복잡하고 낯선 규칙들은 세대 간의 갈등을 유발하고, 차례의 본질적인 의미마저 퇴색시키곤 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근거 없는' 허례허식이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유교 예법의 총본산인 성균관(成均館)에서는 "예법의 본질은 정성에 있다"고 강조하며, 복잡한 규칙 대신 시대에 맞는 '간소화 차례상' 표준안을 제시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성균관의 공식 권고안을 바탕으로, 명절 스트레스는 덜고 조상을 기리는 마음은 더하는 가장 현명하고 올바른 차례상차림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1. 차례의 본질: "화목보다 중요한 예법은 없습니다"
성균관 의례정립위원회는 차례의 가장 중요한 가치를 다음과 같이 정의했습니다.
"가족들이 서로 상의하여 차례상 메뉴를 정하는 것이 좋다. 화목보다 더 중요한 예법은 없다."
즉, 차례의 본질은 조상님께 감사를 표하고 가족의 화목을 다지는 데 있으며,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많은 음식을 차리는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고인이 평소 좋아하셨던 음식이나, 가족들이 함께 즐겁게 먹을 수 있는 제철 음식을 정성껏 준비하는 마음이 가장 중요합니다.
2. 9가지 음식으로 충분! 성균관 표준 간소화 차례상
성균관에서 제시한 표준 차례상은 총 9가지 음식으로 구성됩니다. 이는 제사상의 기본인 '3열' 구성을 현대적으로 간소화한 것입니다.
- 송편: 추석의 대표적인 시절 음식
- 나물: 1~3가지 정도의 제철 나물 (예: 도라지, 고사리, 시금치)
- 구이(적): 육적(소고기), 어적(생선), 소적(두부, 채소) 중 1~2가지. 기름에 부친 전도 가능.
- 김치: 나박김치나 백김치 등 맵지 않은 김치
- 과일: 1~4가지 정도의 제철 과일 (밤, 대추는 가급적 포함)
- 술(제주): 맑은 술 (청주)
- 식초(초접): 간장을 대신하여 놓기도 함
- 밥(메)과 국(갱): 흰쌀밥과 맑은 뭇국 등
- 포: 북어포나 육포 등
핵심: 위 9가지 음식을 기본으로 하되, 가족의 합의에 따라 얼마든지 더 줄이거나 바꿀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을 부치기 어렵다면 구매한 전이나 육포, 어포 등으로 대체해도 전혀 예법에 어긋나지 않습니다.

3. 더 이상 외우지 마세요! (잘못 알려진 상식들)
우리를 가장 스트레스받게 했던 복잡한 규칙들, 사실은 옛 문헌 어디에도 근거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 홍동백서(紅東白西), 조율이시(棗栗梨柿) 등: 성균관에 따르면 이는 예법서에 없는 표현으로, 상을 차리는 사람의 편의를 위한 진설 원칙일 뿐, 반드시 지켜야 할 규칙이 아닙니다. 편하게 놓으시면 됩니다.
- '치'자 들어간 생선은 안된다?: 갈치, 꽁치 등 '치'자 들어간 생선이 예로부터 천하게 여겨져 제사상에 올리지 않았다는 속설은 아무런 근거가 없습니다. 고인이 좋아하셨다면 올려도 괜찮습니다.
- 고춧가루, 마늘은 절대 안된다?: 향이 강한 양념을 피하는 것은 전통이지만, 가족들이 함께 먹을 음식이라면 현대적인 입맛에 맞게 조리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결론: 정성스러운 마음이 최고의 예법입니다
차례는 조상님께 "덕분에 저희가 이렇게 풍성한 가을을 맞았습니다"라고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는 의식입니다. 음식의 가짓수나 위치보다 중요한 것은 가족들이 화목하게 모여 정성껏 준비하는 그 마음입니다. 이번 추석에는 과도한 허례허식에서 벗어나, 가족 모두가 즐겁고 편안한 '진짜 명절'을 만들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자주 묻는 질문 (FAQ)
Q1: 꼭 9가지를 다 차려야 하나요? 더 줄여도 되나요?
A: 물론입니다. 9가지 음식은 '표준안'일 뿐, 가족과의 합의를 통해 얼마든지 더 줄일 수 있습니다. 성균관에서도 "과일 한 접시만 올려도 좋다"고 할 만큼, 중요한 것은 형식이 아닌 마음입니다.
Q2: 고인이 피자나 치킨을 좋아하셨는데, 올려도 되나요?
A: 네, 괜찮습니다. 차례상의 기본 원칙은 '고인이 평소 좋아하시던 음식'과 '그 계절에 나는 가장 좋은 음식'을 올리는 것입니다. 시대가 변한 만큼, 전통적인 한식 외에 고인이 즐겨 드시던 음식을 올리는 것도 조상을 기리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Q3: 지방(紙榜) 쓰는 법이 너무 어려워요.
A: 최근에는 지방 쓰는 법을 쉽게 알려주는 앱이나 웹사이트가 많습니다. 검색을 통해 '지방 쓰는 법'을 찾아보시면 쉽게 작성할 수 있습니다. 정 어렵다면, 고인의 사진을 액자에 담아 올리는 '사진 제사'로 대체하는 가정도 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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